[CEO] 남극서 상추 재배…팜에이트 스마트팜 덕분이죠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

이동식 식물공장 개발성공
쇄빙선에 실어 남극기지로

한 공간서 시금치 등 엽채류와
오이·호박 등 과채류 동시재배
남극서 1년내내 신선채소 공급

평택에 샐러드 가공공장 신설
친환경 채소 생산능력 2배로

日 기업과 설비 납품계약 체결도

얼마 전 농촌진흥청이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보낸다고 발표했다. 2010년에 설치한 ‘플랜트 팩토리(Plant Factory)’를 10년 만에 신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번에 보낼 식물공장은 40피트(122.32.3m) 컨테이너로 제작해 이전보다 2배 커졌다.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를 나란히 붙여 휴게실로 꾸민 것도 특징이다. 휴게실에서 유리벽을 통해 식물공장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고안됐다. 대원들이 남극에서도 초록 식물을 보면서 힐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기존 시설에서는 상추 등 엽채류만 재배할 수 있었던 반면 새 식물공장에서는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 등 과채류까지 함께 재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 공간에서 엽채류와 과채류를 동시에 재배하는 설비는 세계 최초다. 국내 농업회사법인의 스마트팜 기술력이 큰 역할을 했다. 바로 팜에이트와 그 100% 자회사인 플랜티팜이 주인공이다.

두 회사를 이끄는 강대현 대표(51)는 “남극에 있는 세계 각국 기지에서는 대부분 식물공장 형태의 스마트팜이 운영된다”며 “이번에 우리가 농진청 연구개발 용역 과제로 제작·공급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이 현지에서 가동되면 남극의 인기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스마트팜 기술력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최일선 현장이 바로 남극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팜에이트·플랜티팜이 이 식물공장 개발에 착수한 건 불과 5개월 전이다. 짧은 기간에 완성도를 높여야 하다 보니 개발진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엽채류와 과채류 동시 재배를 목표로 하다 보니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결국 엽채류는 4단, 과채류는 2단(토마토, 고추)과 1단(오이, 호박)으로 재배 선반을 구성하고, 엽채류는 수경재배, 과채류는 생분해가 가능한 배지재배라는 묘수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배지는 토양을 대신하는 부분으로 꽃꽂이를 할 때 활용하는 스펀지류를 생각하면 쉽다.

강 대표는 “각 작물에 맞게 LED 광원을 달리하는 것이나 혹독한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우레탄폼, 합판, 스테인리스를 이어붙여 두께 10㎝ 벽체를 만드는 것 등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식물공장에서는 하루 2㎏ 정도의 엽채류·과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 최대 30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현지 대원이 18명인 만큼 충분한 양이 생산될 전망이다. 이제 안전하게 남극으로 이동만 하면 된다. 강 대표는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은 이달 초 광양항에서 쇄빙선인 아라온호에 실린 뒤 이달 말 출항해 대략 75일 항해를 거쳐 내년 1월 중순께 남극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이번 항해에는 새로 임무를 교대해줄 대원들도 함께 배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대원들은 주로 비행기로 이동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등 문제 때문에 이번엔 선박이 이용된다고 한다.

팜에이트는 남극으로 보내는 설비보다 진일보한 ‘완전 자동형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수출 모델로도 키우고 있다. 강 대표는 “이미 일본 기업에 설비 6대 수출계약을 맺고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남극기지용 식물공장을 성공적으로 제작해 한시름 덜었지만 사실 올여름 날씨가 나빠 지금껏 야채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대표는 “장마가 길었던 데다 태풍까지 연이어 닥치면서 계약재배 공급 물량이 급감하고, 외부에서 조달하는 채소류 값도 많이 올라 고생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매출 470억원을 올린 팜에이트의 주력 사업은 샐러드 가공·유통이어서 원재료의 안정적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대표는 “평상시 같으면 지금쯤 강원도에서 가을 노지 양상추가 나와야 하는데, 여름 날씨가 나빠 파종이 늦어지면서 수확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어 야채 수급난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팜에이트가 자체 식물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여름철 수급난 완화에 크게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다. 강 대표는 “평택공장에 있는 자체 식물공장에서는 여름철 날씨에 상관없이 하루 1t의 야채류를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며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야채류가 늘어날수록 여름철이면 반복되는 수급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팜에이트가 플랜티팜이라는 100%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플랜티팜은 식물공장을 지어주는 플랜트 사업을 기본으로 하면서 발주자 측이 원할 경우 식물공장에서 생산된 야채류를 전량 계약재배 형태로 받아주는 사업을 한다. 강 대표는 “현재 플랜티팜은 강원도 태백과 충북 괴산, 전남 무안 등 3곳의 농업법인을 상대로 식물공장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은 계약재배 형태로 팜에이트에 야채류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향후 수급 안정에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농업법인은 대략 6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팜에이트와 플랜티팜 모두 코로나19 이후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기본적으로 높아진 데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신선 샐러드 구입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현재 샐러드 공장은 휴일 없이 풀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팜에이트 매출은 올해 520억원, 플랜티팜은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팜에이트가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팜에이트는 평택공장에 연면적 1000평(약 3306㎡) 규모 샐러드 가공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강 대표는 “내년 초 새 공장이 완공되면 샐러드 가공 능력이 지금보다 2배 늘어난다”며 “새 공장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채소류만 취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팜에이트가 프리미엄급 친환경 샐러드를 사시사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 대표는 힘줘 말했다.

▶▶ He is

△1969년 제주 출생 △고려대 언어학과 △삼성생명 마케팅팀 △팜에이트 부사장 △한경대 식물생명공학 석사 △한국스마트팜협회 부회장 △팜에이트·플랜티팜 대표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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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훈 농업전문기자, 출처 : 매일경제 2020.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