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각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이뤄지는 가운데 농업에서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팜이 빠르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LED와 자동 급수 기능을 갖춘 식물 재배기는 물론, 한정된 땅에서 자연재해나 기후 영향을 받지 않고 건강한 채소를 자동으로 길러내는 스마트팜이 각광받는다.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스마트팜 선도 기업을 만나봤다.

사례 1 만나CEA

▶아래층은 물고기, 위층은 작물

만나CEA 농장에서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농약이나 비료 없이 샐러드용 채소를 키운다. <박수호 기자>

 

세계 최대 아쿠아포닉스 농장 차별화

‘펄떡펄떡’.

실내로 들어서자 향어, 장어 등 힘 좋은 물고기가 물을 흩뿌리며 사람을 반긴다. 그 위 어른 허리춤 높이 재배 시설에서는 신선한 샐러드용 식물이 재배되고 있다.

“아래 양어장 같은 공간에서 물고기의 배설물이 섞인 물을 위층 재배공간에 공급하는 만나CEA만의 아쿠아포닉스 방식입니다. 따로 농약이나 비료가 필요 없죠. 이곳 충북 진천에 세계 최대 1만9834㎡(약 6000평) 규모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이 가동 중입니다.”

만나CEA 공동 창업자 박아론, 전태병 대표의 전언이다.

사실 일반인이 보면 일반 온실과 별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왜 ‘스마트팜’인지 알게 된다. 우선 온도, 습도 등을 제어하는 모든 센서는 무선으로 작동한다. 복잡한 전선 배치와 설치가 필요치 않아 도입이 용이하다.

박아론 대표는 “자연광을 활용하면서 외부 온도가 38℃에 이르더라도 내부 온도를 25~26℃로 유지해 농장을 냉실로 만드는 기술은 만나CEA만의 차별점이다. 웬만한 태풍에도 끄떡없는 노하우도 생겼다. 사람 손 쓸 필요 없이 자동으로 공기순환용 팬을 돌려 강한 바람을 상쇄시킨 덕분에 지난 5년간 태풍 피해 한 번 겪지 않았다. 태풍, 장마 시즌에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보니 작물만으로 분기당 매출 15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고 소개했다.

만나CEA 농장에서는 샐러드 채소, 허브류, 딸기 등을 생산한다. 마켓컬리, 쿠팡 등에서 ‘샐러딩’이라는 브랜드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해외에는 생산 설비 자체를 수출한다.

전태병 대표는 “카자흐스탄, 사우디 등에도 시스템을 수출해 현재 농장이 가동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추가 농장 건설 요청을 받아 딸기, 대마 농장 건설을 진행, 내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나CEA는 상장도 진행하고 있다. 프리IPO 단계 투자를 유치 중. 내년 상반기쯤 증시에 상장한다는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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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엔씽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 시스템

엔씽이 개발한 ‘플랜티 큐브’는 컨테이너 안에서 재배 환경을 자동으로 조정하며 채소를 키우는 모듈형 스마트팜이다(위). 엔씽은 재배 환경이 척박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현지 농업회사 스마트에이커스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아래). <엔씽 제공>

 

CES 2020 혁신상…해외서 러브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눈길을 끈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모듈형 스마트팜을 만드는 ‘엔씽(n.thing)’이다. 엔씽은 CES 2020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농업 분야 제품이 CES에서 수상한 것은 엔씽이 처음이다.

‘플랜티 큐브’라 불리는 엔씽의 모듈형 스마트팜은 겉보기에는 흔한 컨테이너 박스다. 수출형 컨테이너와 같은 12.2㎡ 크기다. 다만 평범해 보이는 컨테이너 안에 선반마다 싱싱한 상추가 줄줄이 놓여 있다. 엔씽이 개발한 소프트웨어 ‘큐브 OS’를 기반으로 상추가 최적의 환경에서 자라도록 온도·습도·빛·영양성분까지 모든 환경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덕분에 플랜티 큐브는 외부 환경 변화에 전혀 영향받지 않고 건강한 채소를 연 최대 12~13회까지 수확할 수 있다. 연간 생산량은 최소 40배~최대 100배까지 높아진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작물이 잘 자라도록 인위적으로 작물 특성을 변형한 GMO(유전자 변형을 거친 농산물)를 이용할 필요도 없다.

“외부 환경 변수를 차단하고 최적의 환경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농약을 치지 않아도 건강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채소를 원하는 만큼 기를 수 있다”는 게 김혜연 엔씽 대표 설명이다.

엔씽 플랜티 큐브의 가장 큰 장점은 컨테이너 하나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좁은 장소에 컨테이너 여러 채를 레고 블록처럼 층층이 쌓아올릴 수 있고, 원하는 위치로 마음대로 옮길 수도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재배 환경이 척박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현지 농업회사 스마트에이커스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12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도 마쳤다. 올해부터는 연간 100억원가량의 본격적인 매출도 기대한다. 플랜티 큐브를 납품하고 설비 운영료를 받는 것이 엔씽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김혜연 대표는 스마트팜이 농업과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듯 먹고 싶은 채소를 재배하는 농부가 될 수 있고,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더 이상 힘든 육체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채소를 더 맛있게 재배하도록 기술을 연구하고 컨설팅해주는, ‘농업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꿈을 꾼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사례 3 팜에이트

 

▶12단으로 쌓아올린 거대 수직농장

기술력·유통망으로 수익 구조 탄탄

평택에 위치한 팜에이트 농장. 컨테이너 모양의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공장이지만 안에 들어서는 순간 겉과는 180도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6단·12단으로 가득 쌓인 채소 선반과 자외선·적외선을 통해 태양빛을 구현한 LED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몇 겹의 위생복과 마스크를 끼고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흡사 반도체 공장에 온 듯싶다.

“바닥 면적만 따지면 T1 공장은 270평, T2 공장은 330평입니다. 일반 농장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죠. 하지만 이곳에 6단·12단으로 선반을 올려 수직농장을 세우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하루에 1t이 넘는 채소가 쏟아져 나옵니다.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농사법이라 할 수 있죠.”

팜에이트가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업과 관련이 깊다. 팜에이트의 주력 사업은 샐러드 식품 가공업. 2010년대 들어 폭염·태풍·장마 등 기후 이변이 심해지자 원재료인 야채 수급이 차츰 어려워졌다. 기후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공급망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본격적으로 수직농장 형태의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었다.

팜에이트가 가진 강점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유통망이다. 생산 선반을 최대 12단까지 쌓아 올릴 수 있다. 덕분에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동일한 면적 일반 토지에 비해 40~50배 정도 생산량이 많다. 태양을 대신하는 LED도 전기 절약 기술을 적용해 전기량을 20% 줄였다.

판로 역시 안정적이다. 팜에이트 샐러드 공장은 하루 매출만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수직농장에서 생산하는 야채는 물론 팜에이트에 컨설팅받은 농가 작물도 모두 샐러드 제품 원재료로 바로 납품된다. 회사 자체가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덕분에 재고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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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도시 유휴부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은 팜에이트가 서울메트로와 협업해 만든 ‘메트로팜’의 모습. <최영재 기자>

 

앞으로 팜에이트는 스마트팜 사업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다. 첫 번째 단계로 스마트팜 담당 사업 부문을 올해 6월 분사했다.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는 “스마트팜 사업부를 ‘플랜티팜’이라는 자회사로 만들었다. 설비 구축부터 농가 교육을 전담으로 하는 회사다. 투자를 계속 유치하고 해외 수출에도 힘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도시 유휴 공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와 협업해 지하철 역내 유휴 공간을 이용하는 ‘메트로팜’을 선보인 데 이어 천안 메가도매센터 내부에 322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올해 8월 개장했다.

해외 스마트팜 사례美 로봇이 운영…日, 원전에서 안전한 식물 공장 각광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스마트팜을 선도하는 대표주자다. 이들 국가에서 스마트팜은 ‘식물 공장’으로 통한다. 수직농장(Vertical Farm) 혹은 도시 농업(Urban Farm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은 명실상부 스마트 농업 선구자다. 첨단 농기계는 물론 농작물의 생육 상황, 토양 상태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최적의 농법을 처방하는 ‘처방 농법’이 발달했다.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활용해 활약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아이온옥스’는 세계 최초로 로봇이 운영하는 완전 자동화 농장을 세웠다. ‘트랜스플랜터’라고 불리는 로봇 팔이 수경재배 베드에서 식물을 뽑아 새 베드로 옮겨 심는가 하면, ‘더브레인’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로봇을 움직여 농장을 감시하고 질소포화도와 온도를 조절한다.

수직형 식물 공장에 특화된 기업도 있다. 2004년 설립된 ‘에어로팜’은 오래된 유휴 공장과 건물을 재활용해 수직형 농장을 조성했다. 에어로팜 농장은 뿌리에 물과 영양분을 바로 공급하는 분무 재배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햇빛과 흙이 필요 없다. 야외에서 키울 때보다 물을 95%가량 절약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농지 면적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네덜란드 역시 미국에 이어 농산물 수출국 2위의 자리를 지킬 만큼 스마트농업 강국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스마트팜 기업은 온실 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바’다. 원예농업과 온실 운영을 관리하는 컴퓨터 기술로 온실 내 모든 환경을 제어한다. 특히 온실·건물 환경 제어 시스템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것으로도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식물 공장이 눈에 띈다. 자연재해가 잦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으로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식물 공장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야채로 유명한 교토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기업 ‘스프레드’의 식물 공장이 유명하다. 스프레드에서는 매일 2만1000포기의 상추를 수확한다. 최근에는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등 일본 편의점 업계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 같은 신선식품에 들어갈 채소를 식물 공장에서 공급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식물 공장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추세다.

[박수호·정다운·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7호·추석합본호 (2020.09.23~10.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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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