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남극세종기지도 오이·토마토·호박 키워 먹는다 – Chosunbiz > 산업 > 일반

농진청,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열매채소 재배 가능한 식물공장 보내
2010년 잎채소 재배 가능한 식물공장에 이어 두번째

201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설치된 식물공장 내부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올해 10월 말,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식물공장을 보내 설치하고, 설치가 완료되는 즉시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세종과학기지에 식물을 공장을 보낸 것은 2010년에 이어 10년 만인 두번째로 식물공장에서 수확한 신선채소는 월동연구대원들에게는 제공된다.

농진청은 극지연구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물공장을 실어 보낼 항공이나 배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식물공장을 실어 보낼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세종기지는 여름에는 칠레에서 비행기로 채소를 날라 먹는다. 하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겨울에는 운송수단이 없어 거의 6개월 동안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한다.

이번에 세종과학기지에서 설치되는 식물공장은 12×2.4m 크기의 40피트 컨테이너 형태다. 지난 2010년 기지에 설치된 식물공장보다 규모가 2배쯤 크다.

2010년 남극세종과학기지에 설치된 식물공장. /극지연구소 제공

농진청은 식물공장에서 엽채류(잎채소류) 이외에도 기존 식물공장에서 재배가 어려웠던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과채류(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식물공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빛의 세기를 식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농진청은 식물공장을 보내기에 앞서 식물공장 전문 산업체 주관으로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에게 신선채소 재배법을 교육했다. 또 한국에서 재배환경 조절과 생육 환경 영상을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한국에 있는 농진청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세종기지 대원들이 농작물 재배를 통해 세상과 격리된 곳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스트레스 등을 치료하는 치유농업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컨테이너형 휴게공간을 보내 대원들이 투명창을 통해 채소가 재배되는 광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농진청은 엽채류와 과채류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1.5∼2kg 정도의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허태웅 농진청 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남극이라는 특별한 곳에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담은 식물공장을 보낼 수 있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상황이 좀 나아지면 전문가를 파견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성호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식물공장이 설치되면 엽채류 뿐만 아니라 과채류까지 재배할 수 있어 대원들의 식생활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