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길은 있다] [4] 식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혁신 바람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스마트팜 업체 팜에이트의 실내 수직 농장(수경 재배가 가능한 농작물을 키우는 아파트형 공장) 입구엔 반도체 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샤워룸’이 있었다. 미세 먼지와 바이러스 등이 철저히 차단된 1090㎡(약 330평) 규모의 농장에 20여 종의 채소가 자라고 있었는데, 날벌레는커녕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강대현 대표는 “반도체 공장 수준의 방역 시스템을 갖춰 작물이 병균이나 해충과 접촉할 확률이 제로(0)”라며 “안전성이 알려지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주문이 50% 늘었고, 중동·러시아·유럽 등에서 농장 플랫폼을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이물질 체크… 대체육 소비 급증… 작물 재배 자동화 ‘스마트팜’ – 코로나 이후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감염 위험을 줄이는 ‘푸드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①주류 브랜드 ‘화요’의 여주 공장에서 로봇이 생산 공정을 점검하는 모습. 이물질 유입 등 제품 불량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②미국 임파서블푸드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인조고기를 만들고 있다. ③지난 28일 경기도 평택시 ‘팜에이트’의 실내 수직 농장에서 직원이 채소를 살피고 있다. 외부와 차단돼 있어 작물에 바이러스·미세 먼지가 묻지 않는다. /김연정 객원기자·CJ올리브네트웍스·임파서블푸드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의 식탁이 바뀌고 있다. 도시의 아파트형 공장에서 기른 채소를 먹고,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식품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산부터 출하·유통·배송까지 첨단 기술을 적용한 푸드테크(식품+기술)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코로나 이후 푸드테크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2022년엔 2500억달러(약 29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세는 ‘무인(無人) 생산’

코로나 이후 식품 산업에서 중요한 화두는 ‘무인화’ ‘자동화’이다. 사람이 직접 작물을 키우거나 수확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기계가 식품 생산 과정을 대신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플렌티는 실내 수직 농장에 직원이 한 명도 없다. 파종부터 재배·수확까지 모두 로봇이 담당한다. AI(인공지능)가 머신러닝으로 작물의 수확 시기를 분석한다. 햇빛을 대신하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온도, 습도가 24시간 자동 조절된다. 이 업체가 개발한 컨테이너형 실내 수직 농장은 미국·중국 도시 300곳에 도입될 예정이다.

그리스 농업 회사 어그멘타는 AI로 작물 생장을 분석해 자동으로 비료를 주거나 수확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 농부가 재배할 때보다 수확량이 최대 12%, 품질은 20% 향상됐다.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식품 생산 과정 추적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CJ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4월 디지털 해썹(HACCP)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썹은 정부가 식품 안전성을 확보한 업체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식품 제조 공정을 100% 디지털화해 이물질 유입 등 문제가 생기면 업체에 즉각 알려준다.

식당에서는 비(非)대면 주문을 위한 IT도 도입되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스키트는 QR코드 메뉴판 서비스를 개발했다. 좌석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화면에 메뉴가 나와 모바일로 주문·결제할 수 있다.

◇대체육 산업도 가속화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대체육(代替肉)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콩의 뿌리혹에서 식물성 헤모글로빈을 찾아냈다. 여기에 들어 있는 철분 성분의 ‘헴’은 산소와 결합해 붉은빛을 내는데, 핏빛을 띠면서 고기 맛도 낸다. 비욘드미트는 지난 1분기 대체육 매출이 1년 전보다 141% 증가했다.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없다는 것이 대체육의 강점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오는 2029년 대체육이 전체 육류 시장의 10%(1400억달러·약 167조원)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스타트업 블루날루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실제와 흡사한 생선살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부시리의 근육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에 넣고 키운 뒤 농축 세포액을 이용해 3D 프린터에 넣어 생선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

국내에는 대체육을 대량 생산할 만한 기술을 가진 업체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푸드테크 관련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김치 등 발효 기술과 식물성 대체육의 핵심 원료인 콩을 가공하는 기술,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의 경쟁력이 푸드테크 발전에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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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준 기자, 박성욱 인턴기자(미네소타주립대 트윈시티 저널리즘 졸업)  출처 : 조선일보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