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농업 선두주자 `팜에이트` 평택 식물공장

600평 최첨단 시설에서 日6000포기 엽채류 생산
LED조명·온도·습도·CO2농도 등 전자동으로 조절
작년 472억원 매출…10년간 연평균 23%씩 성장

팜에이트 평택 제1공장에서 연구원들이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내부에서 막바지 설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10단의 선반으로 구성된 이 식물공장에서는 파종과 생산, 수확 등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정혁훈 기자]

국내 스마트농업의 선두주자인 팜에이트(Farm8). 샐러드용 채소류 생산·가공업체인 이 회사는 프라이빗에쿼티(PE)인 IMM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산업은행 등 투자기관으로부터 총 29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팜에이트의 출발은 새싹채소 생산이었지만 지금은 작물을 밀폐된 공간에서 재배하는 첨단 식물공장 기술까지 확보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3%에 달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472억원 매출을 올렸다. 작년부터 본격적인 흑자구조로 전환한 뒤 도약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팜에이트 제1공장을 찾았다. 한 가운데 위치한 청색의 현대식 건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건물 외벽에 쓰여진 ‘T·FARM 2’라는 흰색 글자가 아니었으면 대형 물류센터나 창고로 착각할 만한 위용이다. 바로 첨단 식물공장이다. 안으로 들어서려면 우선 흰색 방진복부터 입어야 했다. 반도체 공장처럼 에어샤워를 거친 뒤 들어서자 대형 선반이 눈 앞에 나타났다. 아래 위층 각 6단씩 총 12단으로 설계된 선반에는 칸칸이 엽채류 작물이 자라고 있다.

선반의 각 칸에서는 LED 조명이 태양빛을 대신하고, 흙 대신 물이 뿌리에 영양분을 주고 있다. 이 물은 채소가 자라기에 가장 적합한 영양분이 섞여 있어 양액이라고 불린다. LED 조명을 얼마나 켜고, 양액을 얼마나 흘릴지, 실내 온도와 습도, CO2 농도는 어느정도로 할지는 모두 사전에 맞춰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된다. 스마트팜에서도 최고봉으로 통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이 국내에도 몇 곳 있지만 여기가 최대 규모다. 600평 규모의 이 식물공장에서는 하루 6000포기의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 같은 면적의 비닐하우스 시설재배와 비교하면 생산성이 무려 40배나 높다.

팜에이트 평택 제1공장에 있는 가공공장 안에서 직원들이 엽채류로 구성된 샐러드 박스를 만들고 있다. [정혁훈 기자]

팜에이트는 지금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새 식물공장 위력이 이번 여름철에 본격 발휘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엽채류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다. 생육 적정 온도가 섭씨 22~23도 수준이기 때문에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에는 엽채류가 열기에 녹아버려 재배가 제대로 안 된다. 주로 여름철에 상추가 삼겹살보다 비싼 ‘금추’가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식물공장에선 한 여름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엽채류를 길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대현 팜에이트 부사장은 “여름철이면 반복되던 엽채류 수급난을 올해부터는 겪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팜에이트의 주력 매출은 엽채류를 가공해 만드는 샐러드 제품에서 나온다. 다양한 형태로 꾸며진 샐러드 제품을 백화점과 대형 마트,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에 공급한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에서 식사 대용으로 닭가슴살 샐러드 등을 많이 찾기 때문에 매출이 늘고 있다. 이런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엽채류는 자체 식물공장에서도 생산하지만 상당량은 계약재배를 통해 검증된 농가에서 확보한다. 강 부사장은 “여름철에도 평소처럼 안정적으로 엽채류를 공급받으면 회사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대현 팜에이트 부사장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정혁훈 기자]

팜에이트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식물공장 기술을 통해 신사업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팜에이트가 처음 식물공장 기술을 접한 것은 2009년 일본의 대표 스마트팜 기업인 미라이였다. 미라이를 겨우 설득해 식물공장 기술을 이전받았지만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채소의 종류가 우리나라와 너무 달랐고, 심지어는 수돗물의 염소 수치도 일본과 우리나라와 차이가 컸다. 일본쪽 기술을 그대로 활용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자체 기술 개발에 매달린 끝에 한국형 식물공장을 개발한 게 지난 2012년이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LED가 아닌 형광등을 광원으로 활용했다. 이후 시행착오와 개발을 거듭한 끝에 새롭게 완성된 게 지금의 ‘T·FARM 2′ 공장이다.이 기술의 첫 응용 사업모델은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비롯한 설비 판매다. 작년에 15억원 정도 초기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이 사업으로 100억원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본으로부터 주문받은 6대의 컨테이너를 제작하고 있다.

공장 한 켠에선 직원들이 일본으로 보낼 컨테이너형 식물공장 제작에 한창이었다. 이 공장은 규모는 작지만 자동화 수준은 훨씬 더 높다. 엽채류 재배 선반도 일반 식물공장이 6단인 반면 컨테이너는 10단으로 구성돼 있다. 내부에는 자동이송로봇까지 있어 싹을 자동으로 심고 수확도 자동으로 한다. 마지막 포장도 기계가 자동으로 해준다. 씨앗을 심은 뒤 엽채류가 다 자라 포장돼 나오기까지 35일이 걸린다.

팜에이트는 식물공장을 활용한 계약재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도 식물공장을 더 늘리겠지만 계약재배 농가에도 식물공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각 농가는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팜에이트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채소 확보가 가능해 윈윈이다. 강 부사장은 “궁극적으로는 회사와 계약농가를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해 작물의 이력추적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식물공장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적인 애그테크 회사로 발전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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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훈 농업전문기자, 출처 : 매일경제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