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채소를 보면 농장과 따뜻한 햇살, 농부의 땀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요즘, 이들 대신 로봇과 빅데이터가 길러내는 농작물이 속속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팜’입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원격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방식을 말합니다. 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고 수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보다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어디까지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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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알리바바 산하 알리윈(阿里云)은 ‘ET 농업브레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사과 농장의 모든 나무에 QR코드를 부착해 물과 비료의 투입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도입했는데요. 이 기술로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총 2000만 위안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GrowX는 그린 전력을 사용한 수직농장을 운영하고, 기후 통제 기술인 하이테크 폐쇄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50m 규모의 수직농장에서는 브로콜리, 부추를 비롯한 20여 종의 채소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란 작물은 유명 식당에 공급되거나 소비자에게 판매되어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살리나스는 노지농업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응용해 무인 농업로봇과 드론을 적극 활용합니다. 또, 센서를 이용해 생육 환경을 모니터링하며 자동으로 수분 공급과 농약 살포를 관리합니다. 이렇게 재배된 작물은 미국 내 샐러드 채소 판매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인의 식탁에는 점차 스마트팜에서 자라난 농축산물이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현황은 어떨까요?

서울 지하철 속 피어난 녹색지대, 메트로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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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해 보이는 서울 지하철 역사에도 새싹이 자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메트로팜’입니다. 메트로팜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정보 기술을 접목해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한 스마트팜으로, 미래형 농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생태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7호선 상도역을 중심으로 문을 연 메트로팜은 가까운 시일 내에 천왕역 등 4개 역에 조성될 예정이며 스마트팜 플랫폼 역시 남부터미널역 등에 설치될 계획입니다. 이 공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상도역 메트로팜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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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역 메트로팜 내 오토팜 전경, 직접 촬영)

첫 공간은 ‘오토팜’입니다. 오토팜은 로봇 트레이가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모든 과정을 맡아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컨테이너형 인도어 스마트팜입니다. 관리용 프로그램에 작물의 정보를 입력하면 오토팜의 로봇이 채소가 자라는 트레이를 단계별로 옮겨가며 재배하고 수확합니다. 특히 토양 대신 삼베 시트로 수경재배를, 햇빛 대신 성장 시기별 맞춤 식물생장용 LED를 활용합니다. 비교적 재배 기간이 짧은 작물을 주로 기르는데, 방문 당시에는 새싹채소가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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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역 메트로팜 내 실내수직농장 전경, 직접 촬영)

또 다른 공간은 ‘실내수직농장’입니다. 완전히 밀폐된 내부 공간에 수직 선반을 두어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었는데요. 농장 내부는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요인을 원격으로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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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습도 조절화면과 실내수직농장, 직접 촬영)

온습도와 물 조절은 물론, 내부의 공기 흐름과 미세먼지까지 철저히 통제되었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 병충해, 세균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 상도역 메트로팜 이호정 선임은 외부 환경 속에서 채소가 성장하며 겪는 강한 바람이나 병충해와 같은 방해 요인이 철저히 차단되기 때문에 보다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로 생산하는 작물은 근래에 수요가 크게 늘어난 버터헤드레터스와 같은 샐러드 채소이며, 이외에도 과거 꽃이나 허브 식물 등도 재배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재배된 채소는 메트로팜 내에 위치한 팜카페에서 판매되거나 백화점 식품관과 음식점 등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완전히 밀폐된 농장 옆에는 직접 채소를 만져보고 수확을 해 볼 수 있는 수직농장 체험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성장 주차 별로 다양한 채소가 재배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요. 파종을 하며 새싹을 틔울 때까지 새싹 선반에서 육묘단계를 지나고, 육성 선반으로 이식·정식 후 재배 과정을 거치며 35일~40일 뒤 어른 채소로 자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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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선반에서 재배중인 채소, 직접 촬영)

특히 육성 선반에서 자라는 채소는 스펀지 위에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는데, 두 층위의 스펀지를 뚫고 자라기 때문에 뿌리가 강하고 건강한 채소로 재배된다고 합니다. 선반에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물은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배양액과 함께 제공됩니다. 이 배양액의 종류와 양 역시 데이터 연구를 통해 결정되고 정보통신기술로 통제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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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생장LED와 팬을 활용한 수직농장 체험공간 내부)

한편, 성장의 또 다른 요소인 식물생장용 LED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직 성장을 위한 붉은 LED, 잎의 성장을 돕는 푸른 LED, 그리고 전체적인 성장을 보강하는 노란 LED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채소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선풍기가 있습니다. LED 빛이 채소에게 뜨거울 수 있어 온도를 낮추어주는 역할은 물론, 건강한 재배를 위한 적정 수준의 저항을 주기 위한 역할로 작용합니다. 물, 배양액, LED와 바람 세기 등 모든 변수는 원격으로 조정되고 모니터링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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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팜 내의 수확 체험, 직접 촬영)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체험은 이렇게 재배된 채소를 직접 수확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충분히 재배된 채소를 뽑아보고 맛도 볼 수 있었습니다. 체험 공간 이외에도 수확물을 구매할 수 있는 카페와 개방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메트로팜 체험을 진행하며 도심 속에도 새로운 형태의 농업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특히 뜻밖의 초록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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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팜 내의 팜카페 전경, 직접촬영 )

메트로팜 상도점에서 체험 업무를 담당하는 이호정 선임은 “메트로팜이 도심 속 유휴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물론 생태 감수성 향상을 돕고 지역사회 고용을 창출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지하철 역사 내에 위치해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인 메트로팜은 도심 속 녹색 지대에서의 힐링과 미래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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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주, 출처 : 기획재정부 블로그 202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