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 올라온 작물은 ‘농부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길러낸다’는, 당연해 뵈던 생각이 틀어지고 있다. 스마트팜이 등장하면서다.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ICT)을 활용한 선진 농업 시스템이다.
농업용 드론을 활용해 파종에 적합한 토양을 3D 지도로 제작할 수 있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작물을 재배하는 환경정보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판별하기도 한다. 작물에 맞게 온도와 습도, 그리고 배양액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노동력을 최소화하면서 작물 품질을 높이는 게 스마트팜의 핵심이다.
스마트팜은 버티컬 팜 또는 식물공장의 형태로 도심까지 성큼 들어왔다. 바로 ‘메트로팜(metro farm)’ 이다. 메트로팜은 서울교통공사와 농업회사 팜에이트(구 미래원)가 합작해 만든 스마트 농업 브랜드다.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지하철 역에 자리한 농장이다. 7호선 상도역에서 팜에이트 여찬동 재배팀 선임을 만났다.
“지하의 공간 특성 상 여름이나 겨울에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도 하고, 사람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오고 가면서 스마트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지하철을 선택했습니다.” 여 선임은 스마트팜이 건물 내부에 있어야 온도나 습도 유지가 쉽다고 설명했다. 지하라는 특성 외에도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설치했기에 홍보 효과가 크다고도 전했다.
단, 지하철 내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만큼 역사 안에서 자라는 작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역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전체 농도는 오후 10시 기준 200 – 300 ㎍/m³수준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환경기준 ‘매우나쁨’을 한참 초과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 선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밀폐해서 운영하고 있고, 헤파필터를 통해 정화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항상 설치해뒀는데 0-5㎍/m³정도로 오히려 외부의 미세먼지 ‘좋음’보다도 더 청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트로팜은 실제 수치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작물들이 청정한 공간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실내수직농장에서 길러지는 버터헤드레터스에 대해 설명 중인 여찬동 선임
초록잎 채소 뿐만 아니라 식용꽃, 허브류, 레드를 포함한 엽채류도 실내수직농장에서 키울 수 있다. 특히 잎이랑 꽃을 모두 먹을 수 있는 팬지, 채심, 한련화 등을 일부 재배했었는데 테스트 후에 현재는 기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단, 여 선임은 과채류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채류도 재배는 가능한데 당도가 발현되는 부분은 더 연구해야 해서 재배 작물로는 선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토팜의 가장 위쪽에는 발아한 씨앗들이 모판에 흩어져 있었고, 가운데 층엔 싹이 터서 조금 자란 작물들이 있었다. 가장 아래층에 있는 작물은 거의 다 자란 상태였다. 오토 팜에서는 주로 재배 기간이 짧은 작물들을 위주로 길러내며 24시간 내내 생산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단, 원물의 6할 정도는 계약을 맺은 일반 농가에서 받아오고 있다. 생산량보다 수요량이 훨씬 많아서다. 도심 속 메트로팜의 장점은 물류비를 절감해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재 등에 민감한 지하철 역사 내에 시설을 구축하다 보니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적인 이점이 상쇄됐다.
실제 팜에이트 재무제표에 따르면 2019년도 영업이익은 1억 1400만원으로 2018년 대비 흑자 개선에 성공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1억 원 손실을 기록했다. 각종 영업 외 비용이 많아진 탓이다. 메트로팜이 문을 열었던 시기(2019년) 75억 원 가량을 차입해 유형자산 구축 등 각종 시설 투자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부채 비율도 1126%로 확인됐다. 회사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제품을 온라인몰에서 사는 것보다도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경 팜 카페에는 고객 7명이 앉아 있었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는 마련해둔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손님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고객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다. 주변 대학교의 학생들이 주 이용층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르신 분들은 물론 아이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코로나 19 국면 직전까지 팜 아카데미는 큰 인기를 끌었다. 보통 한 차례 20명을 기준으로 하루에 4차례 진행되는 교육이 항상 풀타임으로 이뤄졌다. 5세 ~ 10세까지의 아이들부터 청소년 및 성인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단,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다.
메트로팜은 기존의 체험 프로그램 외에도 새로운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특히 시민들이 직접 스마트팜에 작물을 심고, 때가 되면 수확해가는 일종의 ‘분양’을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도심 속에서 생태 감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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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출처 : 인터비즈 2020.04.23